해운대(디지털)
2009년 8월 16일 일요일
시너스 분당 2관
개봉전에 우연히 예고편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서 개봉하면 바로 보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조금 늦게 보게 되었다.
보기 전에 하도 CG에 대해서 말들이 많아서 어떨까 했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CG도 나름 괜찮았다.
다만, CG의 완성도가 계속 괜찮다던지, 계속 어색하다든지 일정하지 않고,
질감이 잘표현된 것이 있는가 하면,
딱보기에도 어색한 장면이 있기도 했다.
이건 뭐 나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이라
나의 경우만 비추어 보더라도
분명 말도 안되는 일정에 허구헌날 밤새가며 만드느라
신경 좀 쓴부분은 나름 괜찮게 나오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어색하게 나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 해본다.
어색했던 부분들도, 다시 시간을 좀 들여서
괜찮아 보였던 장면들의 완성도 수준으로만 작업한다면 무난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눈높이가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들에 맞춰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뭐 CG만으로 영화를 보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용을 보자면,
이 영화, 보는 내내 사람을 웃겼다가 울렸다가를 정말 잘한다.
설경구가 송윤아 앞에서 애교도 부리고,
샴푸를 먹고 입에 거품도 좀 물어 주시고,
이와중에 동네 양아치 동생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의 웃음을 거들어 주신다.
그런가 하면, 그냥 신경 다 끄고 놀러 갔으면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어머니의 아들래미에 대한 사랑,
조난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몸 기꺼이 희생한 구조대원 같은
몇몇 장면은 또 사람을 진짜 눈시울 붉어지게 만든다
이 영화를 헐리우드에서 만들었다면
거대 쓰나미가 밀려오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박중훈이 때마침 해운대 지하에 수로가 있다는걸 발견해서
설경구랑 송윤아가 폭탄이라도 하나 짊어지고 지하에 있는 수로 문을 폭파시켜서
엄청난 량의 쓰나미를 수로를 통해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리고
사람들을 구한다는 뭐그런 류의 해피엔딩 이었겠지만,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슬로건답게
영화에서 헐리우드식 영웅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단지 배경으로 쓰나미가 나오는 드라마에 가깝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부분에서 배급사측에 아쉬움이 있다면,
한국형 재난영화니, 블록버스터니 하고 광고를 할게 아니라,
인간미에 중점을 둔 드라마라는 사실에 중점을 둬서 광고를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전에 오드리 토투가 나왔던 스릴러 "히러브즈미"라는 정말 괜찮은 영화만 해도
배급사에서 그전에 히트를 쳤던, 멜로영화 "아멜리에"의 속편이라고 대대적으로 사기(?)를 쳤다가
스릴러를 좋아했던 사람은 멜로 영환줄 알고 취향이 달라 안보고,
"아멜리에"같은 말랑말랑한 멜로를 기대하고 갔던 사람들은, 갑자기 스릴러가 나오니 보고 나서도 자기취향이 아니라 돈아깝다고 욕하고
그래서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망했던 적이 있는데,
물론 해운대는 현재 흥행 성적이 좋긴 하지만,
배급사에서 광고 컨셉을 잡을 때도 좀더 솔직(?)해지는게 욕을 덜 먹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해운대 얘기로 돌아오자면, 후반 잠깐 한 30분 쓰나미 밀려오고 끝나는 이게 무슨 재난 영화냐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은데,
최소한 이런 욕은 사서 먹는결과를 초래한게 아닌가 생각 된다.
어쨌든, 영화 해운대는 거대한 쓰나미를 겪고 헤쳐나가는 재난 영화라기 보다
인간 군상들의 웃고 우는 소소한 이야기에 배경으로 쓰나미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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