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과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같은날, 같은 극장에서, 동시간대에 제목 마저 비슷한 두 영화가

시사회를 해서 어디를 갈까 고민을 조금 했었습니다.

결국 "그 여름"은 개봉후에 보기로 하고

이번 네영카 시사회를 통해서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을 보고 왔습니다.

고등어통조림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시놉시스 상의 화자와 비슷한 나이대다보니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그 시절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인지

일본어를 지우고 한국어를 입혀 놨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저의 1986년과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나란 생각도 들었고요.

 

일본영화 특유의 그 잔잔한 감성위에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적절히 무게감을 잘 잡아서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공부와 학원에 치여서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절을 지낸 남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하나 쯤은 있을

단짝 친구와 하교 후 모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기분좋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이 함께 빵 터지는 장면도 많았고

후반부에는 또 눈물샘을 터지게 하기도 합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와의 우정

남자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

앙숙으로 그려졌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과수원 할아버지와의 관계

남매가 흩어지게 되는 이유 등

사실 하나 하나 따지자면 클리셰 범벅인 이야기들을

감독은 그렇게 관객들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면서

매우 영리하게 잘 풀어 나갑니다.

 

히사가 자신을 친구로 생각 할지 안할지 모른다는

타케의 자신감 없는 이유도,

그 말을 전해 들은 히사의 속상한 오해도

40줄이 된 지금의 나야 모두 이해가 되지만

어쩌면 그 시절의 어린 나 역시 오해하고 속상해 했을 것 같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유독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클리셰가 많다고 하더라도

갈등 조차도 너무 신파로 빠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도록

완급 조절을 정말 잘하는 감독의 능력이 탈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딱 한 장면

시국이 시국이라서 더 그렇게 다가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사이다캔 쓰래기가 떠내려 온 장면은 확실히 거부감이 들더군요.

 

물론 대마도 같은 경우에는 떠내려온 해양 쓰래기의 30% 정도가

한국에서 유입된 쓰래기라는 기사를 본 적은 있습니다만

바다넘어 한국쪽을 바라보며 어떤 한국에대한 동경이나 모험이나

이런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극의 전개상 굳이 없었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은

한국에서 떠내려온 사이다캔 장면에서는

지네는 원전 오염수도 갖다 버리는 것들이

사이다 캔 쓰래기 가지고 뭐라고 하네라는 반감도 생겼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정말 한 군데도 뭐라할 부분이 없습니다.

 

초난강 형님도 정말 멋있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아서 보기도 좋았고요.

특히나 영화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렇게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Posted by 5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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